제1회 APE 캠프 인천 송도에서 열려...
‘소리의 생김새’ ‘트랜스 휴먼’ ‘AI와 무당’ 등 주제
"돈 주고 할 수 없는 값진 경험했다"는 참가자 반응 이어져

11일, 인천 송도센트럴파크 호텔 연회장에서 제 1회 에이프 캠프 참가자들이 피칭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11일, 인천 송도센트럴파크 호텔 연회장에서 제 1회 에이프 캠프 참가자들이 피칭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빼빼로데이'라는 명칭이 붙은 11월 11일 오후. 인천 송도에 자리한 송도센트럴파크호텔 3층 대연회장이 젊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젊은이들이 원탁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뭔가를 열심히 준비하느라 시끌벅적하다.

모두들 노트북에 그동안 준비한 듯한 자료화면을 띄워놓고 토론이 한창이다. 바로 옆에서도 소리를 지르지 않고서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소란스러움이 장내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러던 한 순간 사회자의 일성에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피칭대회' 시작을 알리는 대회 개회 선언이었다.

지난 1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제1회 에이프(APE) 캠프' 현장을 찾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아트로버컴퍼니가 공동으로 개최한 APE 캠프는 예술인과 엔지니어가 모여 예술과 기술의 융합 및 협업을 이끌어내기 위한 장이다.  아티스트(A), 프로듀서(P), 엔지니어(E)의 영어 앞 글자를 조합해 APE라고 명명했다.

이 날은 캠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피칭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참가자만 100여명. 예술인과 엔지니어 각각 50명씩 모였다. 호흡이 맞을 것으로 여겨지는 팀원을 자유롭게 선택해 총 21개 팀을 꾸렸다. 팀당 인원은 3~6명으로 자유롭게 구성했다.

제1회 에이프 캠프 피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모멘텀(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네오하모닉스, 디벨레, 오드리헵번
제1회 에이프 캠프 피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모멘텀(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네오하모닉스, 디벨레, 오드리헵번

이들은 하룻밤 사이에 피칭대회에서 발표할 자료를 준비하느라 밤을 꼬박 새워야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발표를 마치고서야 행사장 뒤편에 마련한 이동식 쇼파에 몸을 누이거나 쉴 곳을 찾아드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자신들이 생각하지 못했을 법한 아이디어를 접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공감하는 리액션을 취하며 축제를 만끽했다.

"참가자 대부분이 미디어아트 관련 전시나 공연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작업에 대한 이해도와 숙련도가 모두 높았습니다. 덕분에 짧은 시간에도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

참가자들은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서로가 쉽게 소통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비록 밤샘작업을 하기는 했지만 각자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의 열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당초 2시간 반으로 계획했던 대회 시간이 4시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대만 트립에 선정된 '3H'(왼쪽)와 국내 트립에 선정된 '댕댕이'
대만 트립에 선정된 '3H'(왼쪽)와 국내 트립에 선정된 '댕댕이'

이날 가장 많은 호응을 이끌어 낸 팀은 '3H' 팀이다. 3H 팀은 소리를 인식하는 센서를 단 공으로 공간의 위치에 따른 소리의 변화를 느끼게 했다. 태초의 소리에 가까운 소리를 구현하려는 시도였다. 

발표자로 나선 한재석 작가는 "함께 준비한 팀원들이 너무 좋다. 이들을 만난 것만으로 만족한다"면서 "오늘 발표의 결과는 별로 중요치 않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인간의 근원과 미래의 변화를 다룬 '유인원' 팀은 발표 전에 '우우'하는 원숭이 소리를 흉내내며 주목을 끌었다. 또 '안녕 보노보노'라는 팀은 귀여운 팀명에 맞지 않게 시종일관 진지한 톤을 유지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인간과 AI의 소통을 주제로 발표한 ‘모멘텀’ 팀은 실제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연주자가 가진 특유한 버릇이나 호흡까지 학습해 함께 호응하는 AI 연주를 구현했다. 

이밖에도 만남과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파장으로 치환해 춤과 실감음향으로 표현한 ‘디벨레’, 실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집중해 현실성 있는 VR 모델을 제시한 ‘오드리햅번’, AI와 무당이라는 주제로 흥미를 끈 ‘댕댕이’ 등 여러 팀이 주목 받았다.

참가자들이 피칭대회를 마친 후에도 심사결과가 나오는 동안 진행한 키노트 강연을 들으며 자신들의 발표를 점검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피칭대회를 마친 후에도 심사결과가 나오는 동안 진행한 키노트 강연을 들으며 자신들의 발표를 점검하고 있다.

행사를 총괄한 이제승 한국문화기술위원회 예술인력양성부장은 "이번이 1회 행사라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참가자들의 열의가 대단했고, 피칭대회 성과도 매우 고무적이었다"고 평가한 뒤 "앞으로도 미래 기술과 예술을 접목하는 시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피칭대회에서는 ‘네오하모닉스’와 ‘모멘텀’이 독일, ‘오드리햅번’이 영국 트립에 나갈 우수 팀으로 선정됐다. 또 캐나다와 대만에는 ‘디벨레’와 '3H’가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주최측이 추가로 마련한 국내 트립 리스트에는 '싸인파이' '유인원' '리베일' '안녕 보노보노' '댕댕이' 5팀이 이름을 올렸다.

'모멘텀'에 참여한 임유희 작가는 "하루 만에 아이디어를 도출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한 달 작업보다 더 많은 것을 한 것 같다"며서 "상을 받은 것도 기쁘지만 엔지니어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품을 논의한 것 자체가 돈을 주고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성관 기자 busylife12@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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