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욱 마이셀럽스 변리사
노환욱 마이셀럽스 변리사

등락을 반복하던 기업경기실사지수가 9월에 78로 전달 대비 3포인트 떨어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경영상황을 바라보는 기업인들의 전망이 어둡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기지수는 69로 훨씬 낮다.

요즘 뉴스 헤드라인에도 '투자 혹한기'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지난 3분기에 국내 스타트업 전체 투자유치 금액은 지난해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고, 직전 분기에 비해서도 40% 가깝게 떨어졌다.

B2B 시장을 타겟하는 딥테크 스타트업들도 이를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과 제품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상 단기적인 자구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이들 기업은 긴 호흡으로 시장을 바라보며 기술 고도화에 매진해 왔다. 덕분에 국내와 미국, 일본 등에 등록한 특허는 33개로 이전보다 늘었다. 기타 특허출원의 수도 90개에 달한다.

이처럼 스타트업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특허 출원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특허청 산하 한국발명진흥회는 SMART5 서비스를 통해 등록특허의 권리성, 기술성, 활용성 평가요소를 기초로 특허등급을 부여한다. AAA부터 C까지 총 9개 등급이 있다. 통상 BBB등급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면 ‘우수 기술기업’으로 인정된다. 각종 평가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게 특허가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특허화 된 기술지식(IP)이 거래 가능한 재산으로서 화폐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엑싯(EXIT)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IPO와 M&A인데, 이를 대비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IP자산을 활용하는 것이다.

딥테크 스타트업, 특히 인공지능(AI)과 같이 새로 급성장하는 분야 스타트업에게 특허는 자산이자 기업 가치로 직결된다. 특허는 새롭고 진보된 기술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결과물이라도 특허로 보호받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아이디어를 모방한 유사 기술에 대응할 수 없다. 

국내 AI 업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AI 반도체 같은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적인 수준과 규모의 특허를 자랑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아직 논문 발행 위주의 ‘AI 연구소’ 수준의 기업이 대부분이다. 상업성이 검증된 AI 솔루션을 제대로 갖춘 경우는 매우 드물다.

상당수의 국내 AI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두고 '디지털 인형 눈알 붙이기'라고 자조하는 목소리를 자주 듣는다. 데이터 수집과 레이블링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데이터를 수집, 검수, 매핑하는 작업은 머신러닝을 통한 자동화로 넘어가고 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AI를 활용한 수익성 개선과 유저 경험 혁신을 가능하게 할 솔루션이 뒷받침돼야 한다.

물론 특허를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매출이 많이 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허를 출원하고 다양한 기관의 기술 평가를 얻는 과정을 통해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의 시장성을 검증받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모색할 수 있다.

전 세계가 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투자가 얼어붙고 창업이 힘들어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 딥테크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기술 상용화에 집중해 특허로 해외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 국내 스타트업이 더 많은 세계 특허로 무장해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노환욱 마이셀럽스 변리사 hwnoh@myceleb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