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도 있을 건 다 갖췄다"…초소형 종이접기 밀리로봇
구르고 회전하고 장애물을 통과하고 물속에서 수영까지
자기장 활용…액체·고체 약물을 원하는 신체 부위로 운반

(사진=Stanford University; Zhao Lab).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초소형 로봇의 모습. 손가락 끝에 얹을 수 있을 만큼 작은 크기의 이 로봇은 향후 표적 약물 치료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사진=Stanford University; Zhao Lab). 

【편집자주】 과거 공상과학(SF) 영화·소설 속에서나 등장했던 로봇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 삶 속에 스며들어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게 됐다. 공장뿐만 아니라 가정·식당·공공시설 등 곳곳에서 로봇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도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나날이 정교해지는 로봇 기술로 바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현재 해외 연구진이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로봇 기술을 소개하고자 '나의 로봇일지'를 공개한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최근 손가락 끝에 살포시 얹을 수 있을 만큼 앙증맞은 크기의 로봇을 개발했다. 몸이 아플 때 아주 작은 로봇이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아픈 곳을 정확히 찾아내 치료해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면 매우 솔깃한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 로봇이 실제 상용화될 경우 체내 아픈 곳을 찾아가 정확히 약물을 배달해 약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통‧치통‧생리통 등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통증 부위에 상관 없이 진통제 한 알을 삼키며 빨리 효과가 나타나 통증이 가라앉길 기다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심혈관질환·암과 같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일명 '미사일 요법(Targeted drug delivery)' 즉 표적 지향성을 갖게 하는 약물 요법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을 개선하고자 고안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초소형 로봇인 '밀리로봇(millirobot)'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손에서 탄생한 로봇은 재주가 아주 많다. 로봇의 명칭은 '회전 가능한 무선 수륙양용 종이접기(Origami) 밀리로봇'. 겉보기엔 단순한 외형을 하고 있지만 이름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이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 로봇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액체 혹은 고체 약물을 몸 안에서 특정 신체 부위로 운반할 때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영상=Renee Zhao, Mechanical Engineering, Stanford University).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이 실험실 장애실 코스를 통과하고 목표물을 잡아 원하는 곳으로 운반해 내려놓는 모습. (영상=Renee Zhao, Mechanical Engineering, Stanford University).
로봇이 회전하면서 중앙의 구멍으로 운반물을 흡입하는 모습. (영상=Renee Zhao, Mechanical Engineering, Stanford University).
로봇이 회전하면서 중앙의 구멍으로 운반물을 흡입하는 모습. (영상=Renee Zhao, Mechanical Engineering, Stanford University).

크레슬링(Kresling) 패턴의 종이접기 구조로부터 영감을 받아 설계된 로봇은 유연한 몸놀림으로 신체의 특정 부위에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 단일한 구조로 인해 일정 방식으로만 이동할 수 있는 다른 로봇들과는 달리 복잡한 환경에 맞춰 다양한 움직임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

이 다재다능한 로봇은 눈앞에 놓인 장애물을 가뿐히 넘을 뿐 아니라 기어다니거나 구르고 회전할 수도 있다. 심지어 수영까지 할 수 있다. 이처럼 물이나 땅에서 두루 쓰일 수 있는 초소형 로봇이 자유자재로 이동 방식을 바꾸며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자기장'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소개된 이번 로봇 연구 성과의 핵심은 '자성 액츄에이션(magnetic actuation)'이다.

덕분에 로봇은 무선으로 작동과 제어가 가능하다. 자기장의 강도와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로봇은 자신의 길이 10배에 달하는 거리를 단숨에 이동할 수 있다. 또 인체 장기의 매끄럽거나 울퉁불퉁한 표면 위를 빠르게 움직이고 체액 속을 헤엄쳐 다닐 수 있게 된다. 알약을 삼키거나 액상 약을 주사하는 경우와는 달리 이 로봇은 원하는 표적 부위에 도달할 때까지 약물을 가지고 있다가 필요한 양의 약물을 적재적소에 내보낼 수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은 종이접기(Origami) 설계 구조 등을 이용해 액상의 약물을 원하는 곳에 원하는 양만큼 전달할 수 있다. (영상=Renee Zhao, Mechanical Engineering, Stanford University).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은 종이접기(Origami) 설계 구조 등을 이용해 액상의 약물을 원하는 곳에 원하는 양만큼 전달할 수 있다. (영상=Renee Zhao, Mechanical Engineering, Stanford University).
(영상=Renee Zhao, Mechanical Engineering, Stanford University).
'회전 가능한 무선 수륙양용 종이접기 밀리로봇'이 액상의 약물을 목표한 장소에 운반하는 모습. (영상=Renee Zhao, Mechanical Engineering, Stanford University).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을 돼지 위(胃)에서 시연한 모습. (영상=Renee Zhao, Mechanical Engineering, Stanford University).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을 돼지 위(胃)에서 시연한 모습. (영상=Renee Zhao, Mechanical Engineering, Stanford University).

# 우리 미래의 모습 어떻게 달라질까?

이 로봇은 인체 속 복잡한 환경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몸속 구석구석을 탐색하면서 환자에게 필요한 곳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질병에 따라 효과적으로 약을 조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는 방식도 변화시킬 수 있다. 로봇을 통해 기구나 카메라를 몸 속에서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켜 보다 잘 살필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로봇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초음파 영상을 활용하는 방안에 관한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로봇이 지금보다 크기가 훨씬 더 작아지고 혈류를 타고 이동할 수만 있다면 특정 질병이나 용도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광범위하게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관련기사] [인터뷰]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장 "마이크로의료로봇 분야 세계 최고 될 것"

[관련기사] 혈관따라 아픈 부위 찾아가는 '초미세 로봇' 개발됐다…"자율주행 기능 적용 목표"

키워드 관련기사
  • "의료 AI 발전을 위해"...SK C&C·딥노이드·뷰노·루닛 연합군 결성
  • "가상 환자 만들어 진료 정확도 높인다"...코어라인, '메디컬 트윈' 시동
  • 수술 로봇‧웨어러블 로봇 개발 탄력 받나…전남대 로봇연구소, 인공근육 한계 돌파구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