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능력에 대한 사회적 관점에서의 변화

암기지능의 시대

고려는 몇 년도에 건국되었는 지 아는가? 고려는 918년, 조선은 1392년에 건국되었다. 이것을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 국사 선생님이 외우도록 시켰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우수한 학생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험이라는 제도를 활용했으며, 암기를 잘해서 높은 시험 성적을 받으면 똑똑하다고 인정하는 시절이었다.

검색지능의 시대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이 우리 생활 전반에 조금씩 들어오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수많은 정보의 교환 채널로 사용되었으며, 인터넷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양의 정보가 누군가의 서버에 저장되기 시작했다. 그 저장되는 속도가 점점 가속화 되더니, 이제 굳이 나의 머리속에 암기된 기억 속 정보를 꺼낼 필요가 없어졌다. 단지 이 누적된 웹상의 정보들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가 어디있는지 찾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검색 엔진의 시대가 이 탄생했으며, 이제 암기를 잘 하는 것 보다 검색을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소셜지능의 시대

암기로부터 해방된 이후, 우리는 어느 때보다 많은 데이터를 생산해 내고 있다. 현재 데이터의 90%는 지난 10년동안 생산된 것이라고 하며, 매일 25억 기가바이트의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검색엔진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까?

그렇지 않다. 정보가 너무 많아지면 검색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찾는 것이 어려워진다. 하나의 검색어에 너무 많은 검색 결과가 나오게 되고, 그게 내가 원하는 정보인지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게다가 가짜 정보들도 덩달아 많아져 검색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블로그 검색에서 나오는 맛집을 믿을 수 있는가?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왜 나오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양질의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가? 내가 알고자 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나의 친구라고 상상해 보자. 궁금한게 있으면 전문가 친구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 검색 엔진의 결과보다 훨씬 쉽고도 정확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이 바로 새로운 형태의 지능을 여러분에게 제공해 준다. 내 계정의 팔로워 수만큼 가용할 수 있는 두뇌가 늘어나며, 그만큼 더 똑똑해진다. 5000명의 팔로워를 지닌 사람은 두뇌가 5000개가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시대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4승을 거두며 대전에서 승리하였다. 바둑이라는 복잡한 경우의 수를 가지는 게임에서 사람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출현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암기의 시대, 검색의 시대, 소셜의 시대를 거쳐가며 지능을 쌓아왔는데 인공지능에 무너지고 말다니...

인공지능은 영상 인식, 질의 응답, 컴퓨터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 이상의 수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인공지능이 추천해 주는 영화를 감상하 듯 우리의 두뇌 역할을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더이상 아무것도 배울 필요가 없을까?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 :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증강지능의 시대

영화 터미네이터,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보여지듯이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고도화를 두려워 한다. 세계의 종말을 가져올 인공지능이 정말 나타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의 인공지능은 아직 그에 비하면 옹알이하는 신생아 단계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두려움은 떨쳐버리고, 특정 분야, 특정 환경에 국한되어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인공지능 기술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보자. 이제는 암기-검색-소셜 지능의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지적 능력의 척도가 되는 증강지능의 시대가 오고 있으니 말이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생산성의 향상

인공지능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딱 잘라서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수준의 인공지능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들 중 특정 분야에서 꽤 괜찮은 실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음성 인식이라는 특정 분야에서 과연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말을 더 잘 알아 들을 수 있을까? AI 스피커나 음성 비서 또는 음성 키보드를 사용해 본 사람은 아직은 사람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예전에 비해 꽤 괜찮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이 정도 수준의 음성인식 성능으로도 인간의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보이저엑스의 브루(Vrew) 서비스가 있다. 브루는 녹화한 영상에 자동으로 자막을 넣어주는 영상편집 프로그램이다. 사람이 거의 완벽하게 들으면서 자막을 넣는 것보다 인공지능이 꽤 괜찮은 수준으로 자막을 넣은 것을 사람이 수정하는 것이 약 2배 이상 빠르다. 인공지능 기술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더 큰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인공지능 성우, 인공지능 의사, 인공지능 디자이너, 인공지능 작곡가, 인공지능 화가, 인공지능 아이돌. 이 모든 어플리케이션들은 어마어마한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온다. 자막 파일만 있으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인공지능 성우가 꽤 괜찮은 수준으로 읽어주고, X레이 사진을 보여주면 인공지능 의사가 꽤 괜찮은 수준으로 병의 진단을 돕는다. 사람은 한번에 하나씩만 처리가 가능하지만 인공지능은 GPU자원만 넉넉하다면 사실상 무한대의 일을 꽤 괜찮은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다. 가수 BTS에게 하루는 24시간이지만, AI 아이돌 가수 이터니티에게 하루는 무한한 시간이다.

공장제 기계공업이 가내 수공업보다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제조업 기반의 산업계에 혁명을 일으켰듯이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 기반 산업계에 또 하나의 혁명을 가져오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생산성의 향상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회의 제공

"인공지능이 나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는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생산성이 향상되었으니, 그만큼 같은 작업을 하는데 더 적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산성의 향상은 누군가에게는 놀라운 기회가 되기도 한다. 내 목소리와 내 얼굴이 인터넷상에 오픈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인공지능 캐릭터와 성우의 힘을 빌어 유튜버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채색 어시스턴트를 하고 있다면, 본인이 직접 인공지능 채색 어시스턴트를 활용하여 바로 웹툰 작가로 등단해 보면 어떨까? 커버송을 부르는 유튜브 가수라면 인공지능 작곡가에게 곡을 받아 앨범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골드러시 시대에 금을 캐는 사람만 돈을 번 것이 아니다. 험한 일에도 잘 해어지지 않는 청바지 업자, 금을 캐기 위해 필요한 곡괭이 업자, 금을 환전하여 고향으로 돈을 보내주는 송금 업자들은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인공지능 러시 시대에 여러분에게는 어떠한 새로운 기회가 있을지 한 번 생각해보자.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AI혁신학교 아이펠(AIFFEL)설립자 si.kim@modulabs.co.kr 

[김승일 칼럼] AI 리터러시 (1) : 서울에만 몰려있는 인공지능 교육

[김승일 칼럼] AI 리터러시 (2): 인공지능,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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