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간종보다 우수한 집단이 되고 궁극적으로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가 인지혁명이고, 이 인지혁명은 호모 사피엔스가 우연히(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가지게 된 언어 구사 능력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딥러닝 기술의 발달로 다시 시작된 최근의 인공지능 관련 연구도 언어처리 기술개발을 가장 기반으로 하고 있다. 2013년 시작된 엑소브레인 과제도 언어처리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과제이다.

엑소브레인 과제와 같이 대규모, 장기 과제로 시작된 기술개발은 참여 연구진들의 연구결과를 효과적으로 융합할 수 있도록 다 같이 바라보는 공통된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듯이, 그 공통된 목표를 퀴즈대회 우승으로 했고, 구체적으로 EBS의 장학퀴즈 연말 기왕전 우승으로 잡았다. 2016년도 당시에는 3월에 딥마인즈사의 알파고 대 이세돌 대국이 서울에서 개최되어 전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시점이기에 엑소브레인 과제에서 어떤 이벤트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 많았다.

최종적으로, 우리 연구진들이 퀴즈대회를 공통된 목표로 잡은 이유는 대규모 언어 지식을 초기에 확보하고자 하는 점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개발된 언어처리 핵심기술의 성능을 보여주는 이벤트로서 적합한 면도 있지만, 앞으로 개발될 다양한 기술 및 응용 서비스에 핵심이 되는 언어 분석 및 언어 지식 빅데이타를 확보하는 방안에도 퀴즈대회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사진=셔터스톡)

퀴즈대회로 목표 설정 후 가장 먼저 추진한 일은 어떤 종류의 퀴즈대회를 어떤 기관과 같이하는가 하는 결정이었다. 장학퀴즈를 비롯하여 골든벨, 퀴즈대한민국 등 매우 다양한 퀴즈대회가 있었고, 주관하는 방송사도 지상파 외에 그 당시 개국 초입의 종편 방송사 등 많은 기관이 있었다. 추진 초기에 몇몇 민영 방송사에서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보내왔지만, 최종적으로 EBS사와 장학퀴즈를 연말 특집편으로 개최하기로 합의를 하였다.

EBS의 담당 PD와 여러번 협의를 하면서 이번 퀴즈대결 이벤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점으로 다같이 공감한 것은 대외적인 신뢰 문제이었다. 많은 개발자들이 참가하고 있고, EBS 장학퀴즈팀의 여러 전문가가 보고 있으므로 어느 한 면도 공정함/신뢰를 잃을 수 있는 점이 있으면 앞으로도 말썽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이 점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면서 이벤트를 추진하였다. 인간과 컴퓨터와의 대결이므로 어느 한쪽이 유리하지 않게 대결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개최 장소, 인간 참여자 선정, 퀴즈 문제 제출자 및 비밀 유지, 대결 방법, 퀴즈대결 이벤트 언론사 공개 방법 등 여러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 중에서 최종 대결시의 퀴즈 문제는 전적으로 EBS가 만들고 마지막까지 철저히 비밀로 하였다. 퀴즈대결 개최 장소는 EBS 방송국도 고려되었으나 장학퀴즈가 각 지방을 찾아가는 형태로 개최되었고, 연구진의 개발 장비 이동 및 설치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여 주관연구 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강당으로 결정되었고, 2016년 11월 18일에 녹화하고 2016년 12월 31일 방송하기로 하였다.

퀴즈 참여자는 EBS 주도로 장학퀴즈 왕중왕전 우승자, 2016년 수능만점자, 연예인 대표 등 4명을 섭외하였고, 대결 방법은 IBM 왓슨이 제오파드 퀴즈쇼에서 시행한 방법과 같이 퀴즈대결시 문제를 텍스트로 입력하기로 하였다. 인간 참가자와 공정한 대결을 위해 스피드 퀴즈가 아닌, 사회자가 문제 구술 후 제한시간(10초) 이내에 참가자 모두가 답을 제시하였으며, 객관식, 주관식 및 고난이도 주관식 문제를 각 라운드별로 10개씩 푸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2016년 3월 알파고 이벤트 이 후, 엑소브레인 과제 지원 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는 퀴즈대결과 같은 이벤트를 5월에 개최하자는 요청을 내기도 하였고, 일부에서는 실패 시의 부작용을 우려하여 엑소브레인 지식대결 추진을 말리는 요청도 있었으나, 마침내 11월 18일 퀴즈대결에서 우승을 하였고, 그 때의 엑소브레인 승리는 국내 인공지능 연구에서 한 획을 긋는 큰 이정표를 세운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많은 연구진들이 크고 작은 인공지능 기술개발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결과물들이 여러 형태의 인공지능 서비스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물들에 엑소브레인 과제를 통해 만들어진 핵심 기술과 빅데이타 및 연구 인력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쳐 현재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이루어 가고 있음에 초기 연구진으로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박상규 박사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에서 전자계산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지능정보연구본부장, SW기반기술연구본부장, 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인공지능 음성/언어처리 기술 분야 전문가로, 지능형 지식마이닝 기술(엑소브레인) 개발, 다국어 자동통번역 기술(지니톡) 등을 총괄했다. 2015년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비롯 국무총리, 정보통신부,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상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위원 parksk@etri.re.kr 

[박상규 칼럼] 엑소브레인 이야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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